성전을 재건하도록 한 것에 대한 재가는 고레스(539-530) 왕에 의한 것이다. 연대를 따지자면 고
레스가 즉위하던 때이니까 539년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성전 재건 작업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나서이다. 성전 재건이 시작된 때가 다리우스(522-486) 제 2년이니까(학 1:15), 연
대적으로 보면 520년이된다. 즉 대략 18(9)년 동안 성전 재건 작업이 지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 때문에 성전 재건이 지연되었던 것일까? 그 이면에 묻혀있는 역사적인
배경은 무었일까?
고레스의 뒤를 이어 왕으로 즉위한 사람은 캄비세스(530-522)다. 8년간의 통치 기간 동안 캄비세
스는 이집트를 원정하는 등 페르시아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의 뒤를 이어 왕
으로 즉위한 다리우스는 즉위 원년(522)에 원근 각처에서 일어난 반란들을 진압하느라고 분주하
게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러한 내용은 베히스툰(Behistun) 에서 발견된 다리우스 대왕의 공적비
에서 알게되었다.
반란의 시작은 가우마타(또는 바르디아)라고 알려진 인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는 스스로 고레스
의 뒤를 계승한 바빌론의 왕이라고 선포하면서 다리우스에 대적한다. 비문의 내용에 의하면 가우
마타가 반란을 일으킨 시기는 주전 522년 3월 11일이고 다리우스에 의해서 처형된 때는 522년 5
월 29일이다. 즉 대략 2개월 반정도 반란을 주도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여러
차례의 반란이 계속 일어났고, 이러한 반란들을 다리우스는 즉위 원년 동안 모두 평정하고 대제
국의 통치 기반을 든든히 다졌다는 공적비를 남긴 것이 베히스툰 공적비이다. 이러한 내용에 따
르면 522/1년은 정치적 혼란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왕이 즉위한 때를 기회로 삼아 각
처에서 반란이 일어났었고, 이러한 정치적 혼돈 상황은 팔레스타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페르시아 제국이 정치적으로 혼란기를 넘기고 있는 동안에 성전 건축은 지연되고 있었고
팔레스타인 땅에서는 귀환한 포로들과 남아있었던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기를 역사적 배경으로, 성전 재건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은 성전 건축을 반대
하는 무리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에스라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 땅 백성이 유다 백성의 손을
약하게 하여 그 건축을 방해하되 바사 왕 고레스의 시대부터 바사 왕 다리오가 즉위할 때까지
(4:4)", 즉 "유다와 베냐민의 대적( )"으로 불리우는 일단의 무리들이 "사로잡혔
던 자의 자손( )"이 주도한 성전 재건을 지연시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제적으로 성전을 재건할 형편이 못되었던 상황도 살펴볼 수 있다. 학개서의 기록을
보면, 성전을 건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징벌로 땅과 산과 곡물과 새 포도주와 기름과 땅
의 모든 소산과 사람과 육축, 그리고 손으로 하는 모든 일들이 한재를 만난 상황(1:11)을 묘사하
고 있는데, 사실상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즉, 학개
선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성전을 재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책망
속에서, 역설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이 처한 경제적 어려운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학
1:1-15).
학개의 예언은 "다리오왕 이년 유월 곧 그달 초하루(1:1)" 즉, 520년 8월 29일에 말해진 것이고,
이러한 책망을 들었던 "스알디엘의 아들 유다 총독 스룹바벨,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
아, 그리고 모든 백성( )" 들이 성전 재건을 시작하였고, 이 때가 "다리오왕 이년
유월 이십사일(1:15)" 즉, 520년 9월 20일 이었다.
586년에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었고,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520년에 성전이 재건되기 시작하였
음을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성전을 재건하는데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어느정도가 솔로몬
성전의 모습을 목격했던 생존자들 이었을까? 남아있었던 사람들이나 포로로 끌려갔다가 되돌아온
사람들 가운데 66년이 지나서 아직까지 생존한 사람들도 있었을까? 있었다면, 과연 얼마나 되었
을까?
학개 선지자는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해준다. "너희 중에 남아 있는자. 곧 이 전의 이전
영광을 본 자가 누구냐(2:3a)." 또한 같은 문절을 통해서, 66년이 지나서 재건되어진 성전의 규모
가 솔로몬의 성전보다 적은 것이있다는 것(2:3b)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개중에는 솔로몬 성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수 있음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예를들면, 와디 달리에
(Wadi Daliyeh)에서 발견된 사마리아 파피루스(375/365-335)에 의하면 적어도 34년(44년) 동안 노
예 매매에 종사했었던 여호에덴이라는 사람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문서의 기록을 통해서
적어도 한 사람의 수명이 30년에서 40년 정도는 계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노예가
어떤 시기에 팔려서, 예를들어 10대에 팔렸다면, 30-40년간 노예 시장에 나타나는 것으로보아 노
예도 최소한 40-50세 이상을 살았고, 이 업에 종사했던 여호에덴도 사업을 시작해서, 예를들어 20
대 중반이라고 하면, 30-40년 동안 노예 매매업을 지속했다면 적어도 55-66세 이상을 살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고대 사람들이라고 해서 단명했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으며, 장수했던
사람들도 있었다는 가정을 통해서, 성전 재건을 시작하던 무리들 가운데는 솔로몬 성전의 영광을
목격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수 있다고 하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었다는 것을 스가랴 선지자도 시사하고 있다(8:9-13). 즉, 성전을 건축하
기 전에는 "사람도 삯을 얻지 못하였고 짐승도 삯을 받지 못하였으며 사람이 대적을 인하여 출입
에 평안치 못하였었지만" 성전을 재건하고 나면 "평안한 추수를 얻을 것이고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으며 땅이 산물을 내고 하늘은 이슬을 내리게"되는 날이 이르게 될 것이라는 문절을 통해서 성
전 재건 이전의 경제적 파탄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성전 재건의 여력이 없을 정도로 팔레스타인의 경제가 파탄 상황이었음을 살펴볼 수 있는
구절들이다.
그와 더불어서, 종교적, 정신적으로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이해가 지배적이었음도 간과할 수
없다. 백성이 말하기를 "여호와의 전을 건축할 시기가 이르지 아니하였다"(학 1:2)라고 하였는데,
하나님의 징벌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스라엘은 아직은 징계 기간 중에 있다는 것을 상기
시켜준다. 예레미야 27: 7의 "그의 땅의 기한이 이르면", 그리고 25: 11-12에서 "70년 동안 바벨론
왕을 섬기리라", 또한 29: 10에서 "바벨론에서 70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권고하고" 등의 구절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징계의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신(神)에의한 징계 기간이 70년간이라고 이해했던 고대의 사상은 이스라엘 사람들만의 사상은 아
니었다. 예를들면, 엣살하돈이 바벨론을 재건할 당시의 기록으로 알려진 비문에 의하면 같은 사상
이 나타난다. 즉 바벨론이 마르둑의 징계를 70년간 받았지만, 마르둑이 11년으로 단축하여 도시를
재건한다는 내용을 통해서, 일정 기간 동안을 신(神)에 의한 징계 기간으로 이해하는 사상이 고대
근동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징계 기간이 70년간 이라는 이해와 함께 40년간 이라는 이해
도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에스겔 29: 10ff에 기록된 이집트의 멸망과 관련된 예언에 보면, "40년
이 지날지라"고 했고, 민수기 14: 29-34에 "40년을 광야에서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의 기록과 모
압왕 메사에 의해서 만들어진 메사 석비의 내용에 기록된 40년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져야
할 여지가 있다.
즉, 성전 재건이 시작된 때(520)는 아직 70년이 지나지 않은 때였기 때문데 백성들 사이에는 아직
성전을 재건할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0년간을 하나
님의 징계의 기간으로 이해한 구절들은 역대하 26: 18ff 와 다니엘 9:1-2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학개 2장 20-23절(학개의 세 번째 예언b)
"그달 이십사일에 여호와의 말씀이 다시 학개에세 임하니라 가라사대 너는 유다 총독 스룹바벨에
게 고하여 이르라 내가 하늘과 땅을 진동시킬 것이요 열국의 보좌를 엎을 것이요 그 병거들과 그
탄 자를 엎드러뜨리리니 말과 그 탄 자가 각각 그 동무의 칼에 엎드러지리라 나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날에 내가 너를 취하고 너로 인을 삼으리니 이는 내가 너를 택하였음이니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이 예언 구절 때문에 E. J. Bickerman 은 학개의 연대를 1년씩 앞당겼다. 즉, 유다의 연대 계산법
과 다리우스의 연대 계산법 상의 오차를 감안하여 학개의 연대를 1년씩 앞당긴 것이다. 왜냐하면,
학개의 예언이 520년 12월 18일날 있었던 것인데, 이것은 당시의 상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연대를 1년 앞당길 경우, 521년 10월 28일이 되는데, 이럴 경우에는 다리우스가 페르시
야 지역의 반란들을 평정하는 시기와 그리 멀지 않으므로 당시의 상황 묘사와 일치하는 경우가
되어진다(RB 88[1981], 23-28). 비커만의 견해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비커만의 연대
학개의 예언 *****520년 8월 29일 ***** 521년 9월 28일
성전 재건 시작***520년 9월 20일 ***** 521년 10월 9일
학개의 예언******520년 12월 18일***** 521년 10월 28일
스가랴 7장 3절
"만군의 여호와의 전에 있는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에게 물어 가로되 우리가 여러해 동안에 행한
대로 오월간에 울며 재계하리이까"
다리오왕 사년 구월, 즉 519년에 관행처럼해오던 금식을 계속해야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 물어보
는 내용이다. 성전이 재건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금식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당
시의 상황을 반영해 주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즉,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전의 관습과 관행
에대한 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하는 물음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성전 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
서 더 이상 하나님의 징계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견해를 반영해
주고 있다.
결론
성전 재건 공사는 515년 3월 12일에 종결되었다. 재건 되어진 성전의 규모는 솔로몬 시대의 것보
다는 적은 규모였다. 고레스의 칙령(539)으로 재건이 허락 되었었지만, 사실상 18년 동안 성전 재
건 공사의 시작은 지연되었다. 지연의 주 원인은 경제적 상황이었겠지만, 70년간 이라는 하나님의
징계 기간이 끝나지 않았었다고 하는 종교적 이유와 일부 성전 재건을 방해한 무리들과의 분쟁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전 재건 허가 539년(고레스 원년)
**************************학개의 첫 번째 예언; 다리오왕 이년 유월 초하루(1:1)
성전 재건 착공 520년 9월 20일(다리오왕 이년 유월 이십사일; 학개 1장15절)
**************************학개의 두 번째 예언; 다리오왕 이년 칠월 이십일(2:1)
**************************학개의 세 번째 예언a; 다리오왕 이년 구월 이십사일(2:10)
**************************학개의 세 번째 예언b; 다리오왕 이년 구월 이십사일(2:20)
성전 재건 완공 515년 3월 12일(다리오 육년 아달월 삼일; 에스라 6장 15절)
학개 2:18
개역 : 너희는 오늘부터 이전을 추억하여 보라 구월 이십사일 곧 여호와의 전 지대를 쌓던 날부
터
추억하여 보라
공동번역: 너희는 야훼의 성전 주초를 놓은 구월 이십 사일, 바로 이 날부터 앞으로 어떻게 달라
지는지 눈여겨 보아라
새번역: 너희는 부디 오늘, 아홉째 달 이십사일로부터 주의 성전 기초를 놓던 날까지 지나온 날들
을, 마음 속으로 곰곰히 돌이켜 보아라.
본문 내용에 대한 올바른 번역은 새번역 내용이다.
① 문장의 구성으로 보아 " ~ 에서 ~ 까지 "로 이해되어야 한다.
②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간 관념은 현대적 이해와는 정반대였었다.
③ 성전 재건의 기초는 유월 이십사일(학 1: 15) 이었다.